[기자수첩] 게임사 일관성 없는 운영··· 피해는 왜 항상 유저의 '몫'인가
[기자수첩] 게임사 일관성 없는 운영··· 피해는 왜 항상 유저의 '몫'인가
  • 천선우 기자 bluecat@dailyenews.co.kr
  • 승인 2020.02.0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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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혜자게임'으로 불리는 '엑소스 히어로즈'가 운영 논란으로 한동안 진통을 겪었다. 라인게임즈가 지난달 30일 패치로 대놓고 극소수만 겨냥한 콘텐츠 이벤트를 단행해 논란을 빚은 것. 또 일부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해 운영 노선을 급하게 변경하는 등 유저 간 갈등을 촉발했다는 지적이다. '전액 환불'이라는 유례없는 보상으로 급한 불은 끈 모양새지만 갈등의 여파는 아직도 상존해있다. 

발단은 이렇다. 이날 대규모 패치로 등장한 '레이드 던전'이 문제가 됐다. 장장 한달을 기다려온 만큼 유저들의 기대감이 컸지만 이내 실망만 안겨줬다는 평가다. 던전 입장 조건에 낮은 확률로만 얻을 수 있는 필수 캐릭터가 명시되자 유저들은 이를 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 아울러 힘들게 진입한 던전은 극악의 난이도로 확인돼 이중고로 다가왔다.

흔히들 게임을 잘 만들고도 욕을 먹는 이유는 '운영' 때문이다. 운영에 일관성이 없거나 편향적인 이유로 말이다. 기본은 소통에 있다. 퍼블리셔의 역할은 '민심 읽기'를 통한 적절한 방향성을 잡는 것이다. 또 그러한 기준은 일관되야 한다. 이를 보면 라인게임즈는 유저들의 의견을 제대로 파악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그간 펼쳐왔던 업데이트 행보를 보면 일관성이란 찾아볼 수 없다. 영웅 획득 콘텐츠로 분류되는 '창조의 끈'을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1차 페이트 코어 획득에는 게임 내 재화인 '제스' 한정으로 영웅과 페이트 코어 모두 습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패치에선 제스는 영웅 뽑기에만 사용된다. 같은 페이트 코어라도 두 배의 노력이 드는 셈이다.

이벤트의 복잡함도 오점으로 남았다. 이벤트는 유저 참여가 핵심이다. 쉽고 간편해야 한다. 기업은 유저 확보만 이뤄지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획은 완벽히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복잡하고 어려운 레이드 던전은 피곤함을 유발했고, 플레이 동력을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유저가 "게임을 즐기려고 하는 거지. 숙제하듯이 매일매일 해야하는 게 무슨 이벤트냐"고 꼬집은 것도 이해가 간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 와중에도 사건의 돌파구를 게임사가 아닌 유저 스스로가 마련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저들 중 일부는 레이드 클리어를 위해 엄청난 시간과 현금을 소진했다. 또 특수한 파훼법을 들고나와 지친 유저들을 독려했다. 

유저들의 머릿속이 새까맣게 탈 동안 운영진은 어떤 조치를 했을까. 라인게임즈는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긴급 공지로 늦장 대응에 나섰다. 이는 오히려 불씨를 더 키웠다는 평가다. 주된 내용은 이렇다. 공지는 입장 조건과 레이드 난이도를 일방적으로 완화 시킨다는 짤막한 글이 전부다. 여기서 운영의 미숙함이 드러난다. 라인게임즈는 이미 레이드 자체를 포기한 유저들을 절대 다수로 판단한 모양이다.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꾸준히 돈과 시간을 들여 공략에 진지하게 임한 유저들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들지는 말았어야 했다. 이들의 노력에는 발 빠른 보상과 '미안함'이 필요한 시점이였다. 결국 이 다섯 줄 남짓의 공지는 기폭제가 돼 또 다른 갈등을 유발했다. 장고 끝에 내민 수가 신의 '한수'가 아닌 '악수'가 된 셈이다.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문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파악했으니 조만간 공지로 기다려달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이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지급된 보상은 과할 정도로 훌륭(?)했다. 선심을 쓴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재화와 돈은 돌아왔을지언정 유저들이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의 가치는 되돌려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은 게임사에서 흔히들 쓰는 운영법이다. 분명한 건 '아니면 말고' 식의 운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유저의 몫이란 점이다. 유저는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신뢰를 잃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냉정하게 돌아설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게임사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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