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송의 핵심은 이들의 소송을 돕고자 교회 자선 단체 HEKS가 의뢰한 기후 책임 연구소의 보고서 'Carbon History of Holcim Ltd: Carbon dioxide emissions 1950-2021'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홀심은 70억톤 이상의 CO2를 배출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1750년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 산업용 CO2 배출량의 0.42%에 해당한다.
현재 파리 섬은 기후변화가 촉발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고 있다. 이번 소송을 통해 주민 4인은 1인당 3800스위스프랑(약 487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파리 섬 주민 4명이 감당해야 했던 홍수 피해액 가운데 역사상 홀심이 탄소배출량 기여한 비율 0.42%를 금액으로 환산한 금액이다.
홀심이 시멘트 원료 수집과 운송 시설을 인도네시아에서 가동하며 탄소 배출량이 늘어 결과적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자연재해로 이어진 데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HEKS 측은 "이번 소송은 세계적인 선례를 남길 것이며 금전적 보상 뿐 아니라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라며 "소송이 받아들여질 경우 주민들은 홍수 방지를 위해 맹그로브 나무를 심고 댐을 건설하는 등 적응 대책을 공동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2020년 청소년기후행동 관계자들이 정부 기후대응 정책에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사진=연합뉴스)
기후변화에 대한 소송은 이번 사례 뿐만이 아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 '기후소송 글로벌 트렌드 2022’에 따르면 정부나 기업 등을 상대로 기후변화 대응 강화 또는 손실보상을 요구하는 기후소송은 지난 30년간 2000여 건 제기됐다. 그중 2015년 이후 제기된 소송이 1200여 건으로 절반 이상이며 2020년 이후 제기된 소송은 475건으로 비교적 최근에 집중되어 있다.
해당 보고서의 저자들도 앞으로 기후변화 책임을 묻는 소송이 더 늘어날 것이며 이로 인한 피해와 손실보상에 대한 국제소송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내에서도 최근 헌법소원을 비롯해 정부에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기후단체인 '청소년 기후 행동'은 지난 2020년과 지난 2월 두 번에 걸쳐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일부 내용이 자신들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지난 6월에는 청구인에 태아를 명시한 헌법 소원이 청구돼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한 어린이는 "어른들은 우리 미래와 상관이 없다"며 "기후 위기가 심각해진 미래에 어른들은 없을 것이며 우리는 고통스럽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독일 등 유럽 법원을 중심으로 청소년 등 어린 세대의 권리를 인정해오고 있어 국내 헌법재판소가 미래 세대의 권리를 인정할지가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독일 법원은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부족하며, 이로 인한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짊어지게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